덕임아, '평생 보지 않고 살 수 있느냐' 옷소매 붉은 끝동 16회,

대비는 마주 앉은 주상에게 "사람의 마음은 한 번 상하면 돌이키기 어려워요, 주상, 내 오라비가 죽는다면 난 주상을 원망할 겁니다"라고 하자 "마마의 오라비는 노론의 수장입니다. 그가 다시 도성으로 돌아온다면 소손이 이루고자 하는 탕평을 무너트리겠지요"라며 풀어줄 생각이 없음을 말하자 대비마마는 "나와 주상을 위해 내 오라비에게 아무 일 없기를 바라요"라 하고 오늘 밤 술시에 화빈의 처소로 가라 합니다. (※ 탕평 -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여 당파 간의 균형을 이루게 하는 정책)

 

 

서상궁은 화빈의 처소에서 돌아온 성덕임을 예쁜 꽃잎이 뿌려져 떠있는 욕실로 데려가며 "덕임아 전하께서 뜻을 정하셨다"면서 "궁녀는 따를 수밖에 없어"라 하고 몸을 깨끗이 씻긴 후 화장을 하고 장신구를 머리에 꽂았으며 고운 옷으로 갈아입혔습니다. 그리고 "넌 궁녀야 전하께서 바라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던 해야 한다"라 말하고 성덕임은 주상이 기다리는 침실로 가서 "예전에 전하께서 옷고름을 풀고 승은을 베푼 후 후궁의 품계를 받지 못한다면 뒷방으로 물러나 초라한 밥버러지로 살아야 하는 벌을 내리려 하시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승은을 입기 전 목욕재계하는 성덕임.

 

주상은 덕임을 껴안으며 "나를 연모하지 않아도 너는 내것이다. 더는 내가 없는 곳에서 홀로 울지도 말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도 받지 말라"라 하고 덕임은 "날이 밝으면 후회하실 겁니다"라며 주상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저는 약속대로 전하를 보위에 오르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드렸습니다. 이제 더 내어드릴 것이 없습니다. 저를 놓아주십시오. 보내주십시오"라 합니다.

 

 

주상은 덕임의 손을 잡고 "너는 평생 나를 보지않고 살 수 있느냐? 오늘 밤 네가 나를 정말 거부한다면 나는 너를 보내줄 것이다. 대신 두 번 다시 보지 않아 오늘이 너와 나의 마지막이 되겠지, 내가 너를 연모한다 네가 나를 연모하지 않아도 좋아 그저 내 곁에 있어만 준다면 대답해다오 내가 정말 이 손을 놓아야 하는지"라며 덕임을 잡은 손을 놓으려 하자 촉촉한 눈으로 전하를 바라보던 덕임은 전하가 놓으려는 손을 당겨서 잡고 전하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자 주상은 덕임을 끌어안고 긴 입맞춤을 하고 달콤한 첫날밤을 보맸습니다.

 

승은을 입은 성덕임.

 

속옷 차림의 덕임은 잠든 전하의 용안을 만지다 잠에서 깬 주상은 덕임을 다시 껴안아 자리에 눕히고 또다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덕임의 동무들은 어젯밤 갑자기 사라진 덕임을 걱정하는데 덕임이 전하의 승은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랍니다. 머리를 올린 덕임의 별궁에 모인 동무들은 "이제 마마라고 불러야 되냐"라며 "어떻던 춘화도에서 본거랑 그렇고 그래"라며 나중에 제조상궁이 되는 경희가 정신 바짝 차리고 전하께 마음을 뻈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힘들어질 거라고...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정순왕후는 책을 읽어주는 성덕임에게 "너는 왜 내 사람이 아닐까? 내 것이 되려 마 덕임아 주상에게 바쳤던 충의를 내게 바쳐 화빈보다는 좋은 주인이 되어주마"라고 제안을 하자 성덕임은 단번에 거절을 합니다. 대비는 "예전에는 주상이 너를 총애하는 것을 알고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길고 외로운 궁 생활을 견디기 위해 곁에 둘 벗이 필요하구나"라 하고 성덕임은 "마마의 벗이되라는 말씀은 너무 과분하옵니다. 소인이 사양하는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라 합니다' 이에 대비는 "아쉽구나 책을 읽어주는 네 목소리가 좋았는데 정말 아쉬워"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습니다.

 

"정말 아쉬워"라 말하는 대비

 

주상 이산은 대비마마의 말대로 술시에 중전 화빈의 처소로 갔고 그곳에 성덕임이 대비에게 추국을 당하는 듯한 모습을 봅니다. 성덕임이 외간 사내와 사통(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몰래 정을 통함)을 저질렀다는 화빈의 고자질로 증좌(참고될 증거)가 있다며 성덕임이 팔토시를 선물 받고 자주 만났으며 서찰을 주고받았고 돈까지 사내에게 주었다는 말에 성덕임은 모두 시인을 했습니다. 대비는 "사통을 했다면 사형이다"라며 주위를 물리고 주상에게 "성덕임을 살리려면 이 할미에게 부탁을 하세요"라며 제안을 합니다

 

성덕임이 사통했다고 추국하는 장면.

 

성덕임이 사통으로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안 서상궁은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갑니다. 주상은 대비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대비는 "성덕임을 꽤나 아끼시는 줄 알았는데 죽든 말든 내버려 두시겠다는 말입니까" 라 하고 "나는 다릅니다 내 사람은 온전히 나만 생각해야지요 내 것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부서 버리겠어요 기분 나쁘니까"라며 "한 나라의 임금이 궁녀 하나를 구해내지 못하는군요, 그럼 구경이나 하세요, 저 아이가 죽는 것을"이라 했습니다.

 

저 아이가 죽는 것을 구경만 하세요.

 

대비는 "성가 덕임을 다시 들여라"라고 하자 문이 열리고 주상의 어머니 혜경궁 홍 씨가 성덕임과 같이 들어왔습니다. 혜경궁 홍 씨는 오해가 있다 하여 왔다며 성덕임이 만난 어영청 군교는 성덕 임의 친오라비라 말합니다. 그러자 중전 화빈은 "오라버니라뇨 성은 같아도 본관이 달라 혈연관계가 없다"라고 되받았습니다. 그러자 혜경궁은 그 아이를 우리 집 청지기 양녀로 삼았기 때문이네"라고 말하고 예전 주상 이산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혜경궁은 성덕임의 아비는 사도세자를 섬기던 사람이라 말합니다. 중전 화빈은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역적의 자식이라며 성덕임을 처벌해 달라"라고 합니다. 중전 화빈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 씨 그리고 사도세자의 아들 이산의 가족관계를 모르는 듯 눈치도 없이 안하무인으로 "사도세자는 죄인이었습니다. 성가 덕임은 죄인을 섬긴 역적의 자식이니 당장 참수형에..."라 말하자 대비, 혜경궁, 덕임, 서상궁 모두 화들짝 놀랍니다.

수원 화산에 있는 사도세자의 융릉

 

치를 부르르 떤 주상은 고함을 치며 "과인은"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화빈을 향해 "사도세자의 아들이오"라고 하자 사태를 알아챈 중전 화빈은 사색이 되어 방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송구하옵니다 전하 신첩은 그런 뜻이 아니라..."라 하자 주상은 말을 끊고 대비에게 "마마의 뜻도 그렇습니까? 소손이 사도세자의 아들이라 정통성이 없어 보위에 앉을 자격이 없다 생각하십니까"라 묻고 대비는 "아닙니다. 이 사람을 오해하지 마세요"라 했습니다.

 

 

주상은 "다행입니다. 마마께서 자격이 없다 생각하셨다면 소손이 할 일이 아주 많아졌을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차라리 부숴버리겠다 하셨습니까 그렇게 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실 수 없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주상은 서상궁에게 "이제 성가 덕임은 더 이상 화빈의 시중을 들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밤 성가 덕임을 내 침전으로 들여라"라고 말하자 서상궁이 놀라서 "녜?"라고 하자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라고 하자 서상궁은 "예, 어명을 받드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성덕임은 주상 전하의 승은을 입게 되어 목욕재계를 시켜 주상의 침전으로 들여보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