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임, '전하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 [옷소매 붉은 끝동] 최종회

"전하 신첩을 정녕 아끼셨나이까? 다음 생에 만나면 모르는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 주시옵소서, 전하를 미워도 원망도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저 다음 생에는 신첩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것이옵니다"

 

MBC 사극 로맨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17회 최종회가 2022년 1월 1일 토요일 밤 16회와 17회를 연속으로 방송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정조 이산과 의빈 성덕임의 밀고 당기는 듯하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연모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 회를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이 슬픔과 회한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아들 세자의 죽음에 슬프하는 성덕임.

 

옷소매 붉은 끝동 최종회는 의빈 성덕임이 낳은 아들 문효세자가 역병 홍역으로 5세의 나이에 요절을 하면서 정조 이산이 아들 문효세자의 팔을 들어 올리자 힘없이 스르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죽음을 직감하며 애가 끊어지는 비통함의 통곡으로 시작합니다.

 

마침 몸속에 태아를 임신 중이던 의빈 성씨는 홍역을 앓은 적이 없어 가까이 있지도 못하고 문밖에서 슬픔을 삼키고 안절부절못하다가 별궁으로 피신하고 동무들이 새벽에 의왕산에서 길어온 정화수를 놓고 세자가 무사하기를 비는데 징소리가 들리며 세자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를 듣고 땅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주상은 아비로써 자식을 앞세웠다며 곡기마저 끊고 누워 꼼짝도 하지 않는 의빈을 찾아와 "이대로 죽을 작정이냐, 국모로써 의연함을 보이라" 하고 "배속의 아이는 너만 의지하고 있어 어미로써 도리를 다 해라"는 말에 의빈은 "송구하옵니다"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주상은 의빈이 낳은 왕자를 안고 "우리가 정말 가족이 되었구나" 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원자만은 꼭 지켜주마"라며 행복해했던 그때를 생각하며 연화당에 들려 방바닥에 주저앉아 비통함에 입을 막고 오열을 했습니다.

 

"이대로 죽을 셈이냐 국모로써 할일은 해야지"라 말하는 정조.

 

뱃속에 아이를 생각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의빈에게 슬픔은 연이어 일어납니다. 의빈 성덕임은 동무 영희가 보이지 않자 왜 보이지 않느냐 묻고, 말하지 말라는 경희의 만류에도 덕임이도 알아야 한다며 복연은 "영희가 곧 죽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보다 동무들을 아끼는 덕임은 놀라며 무슨 일이냐며 영희가 갇여 있는 내옥으로 가서 눈물로 재회를 하고 영희가 어떤 별감과 사통을 하고 유산을 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영희는 "후회는 없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말하고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하며 어서 돌아가라고 합니다.

 

 

영희가 참형을 당하여 생을 달리하고 나머지 의빈과 경희와 복연이 모여 서로를 위로합니다. 이들 네 명은 생각시 때부터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혈육이나 진배없는 사이로 나중에 나이 들어 출궁을 하게 되면 넷이 같이 모여 살자고 약속을 한 사이입니다. 이런 동무애(우정)를 정조는 때때로 시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유배 중이던 대비의 오라비 김기주가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고 주상은 대비마마께 직접 가서 전하겠다며 일어서 몇 걸음 떼지 않아 머리가 핑 돌며 쓰러집니다. 주상의 어머니 혜경궁 홍 씨가 대비마마에게 소식을 전하고 주상이 쓰러졌다 알리자 대비는 주상에게나 가지 왜 왔냐며 주상에 대한 원망을 혜경궁에게 역정으로 대신합니다.

 

영조의 후궁 대비역 장희진의 에쁜 모습.

 

혼절한 주상 곁을 지키던 의빈은 주상이 깨어나 고뿔(감기)이니 너무 걱정 말라하고 의빈의 손을 잡다가 손이 뜨겁다며 이마를 짚어보고 볼을 어루만지며 왜 이리 열이 많으냐 아픈 것 아니냐 하는데 의빈이 그대로 쓰러지자 주상은 다급하게 어의를 부릅니다.

 

3일을 꼬박 눈을 뜨지 못한 의빈 성씨가 눈을 떠고 서상궁에게 생각시 때 부르던 마마님이라 불러 봅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동무들을 불러 달라 합니다. 서상궁은 의빈이 깨어나면 맨 먼저 알리라 한 전하의 명이 있은지라 갈팡질팡 하다가 전하를 모셔옵니다.

 

 

의빈은 전하를 모셔온 서상궁에게 서운함을 나타냈고, 전하도 자신을 제켜두고 동무들을 먼저 찾은 의빈에게 섭섭해합니다. 의빈은 "전하 정녕 신첩을 아끼셨사옵니까" "그래 그래"라고 전하가 말하자 성덕임은 "다음 생에 혹시 저를 만나더라도 모르는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 주시옵소서"라며 다음 생에는 덕임이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상은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며 "넌 조금도 나를 연모하지 않았느냐"라 묻고 덕임은 "아직도 모르시옵니까 정녕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썼어라도 달아났을 겁니다. 결국 전하 옆에 남게 된 것은 제 선택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까"라며 덕임은 손을 뻗어 주상의 용안을 만지려다 스르르 손이 이불 위로 떨어지며 34세의 짧은 생을 생각시로 궁에 들어와 의빈으로 살다 복중에 9개월 된 아이를 가진채 눈을 감았습니다.

 

 

〈의빈 성덕임의 죽음〉 두 눈을 감고 덕임아라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덕임의 얼굴을 감싸 안고 정조 이산은 내가 잘못했다면서 절규를 하고 제발 날 두고 가지 말라며 목 놓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덕임을 아끼던 대비에게 덕임의 죽음을 알리자 대비 정순왕후의 두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고였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 최종회는 잠시도 마음을 추스를 틈도 주지 않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을 전해줍니다. 시간이 흘러 주상은 후궁을 간택하는데 의빈과 비슷한 용모나 느낌의 규수를 선발한 것을 보고 크게 화를 내며 상을 뒤엎어버리고 성덕임과는 조금도 닮지 않은 수빈을 후궁으로 맞이했습니다.

 

성덕임의 의리있는 동무 제조상궁 배경희역의 하율리.

 

정조가 의빈의 유품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제조상궁이 된 배경희가 전하를 알현합니다. 그제야 제조상궁이 죽은 의빈의 절친인 것을 기억하고 다른 동무도 있지 않으냐 하자 제조상궁은 "복연이 작년에 병으로 죽었다"합니다. 주상이 너도 "혼자구나" 라하자 소인은 혼자가 아니라며 동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주상은 "의빈이 왜 너를 기다린다는 것이냐 의빈은 내 사람이야"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제조상궁 배경희는 "의빈이 전하를 연모하지 않은 척한 것은 작은 허세를 부렸기 때문"이라며 "허세라도 부려야 견딜 수 있었다"라 말하고 "의빈은 진심으로..". 라 하자 주상은 화를 내며 "다물어라 내가 왜 너의 입에서 그 사람의 진심을 들어야 하느냐, 방자하게 굴지 마라"며 물러가라 합니다.

 

 

 

정조는 의빈의 유품을 살펴보며 처음 만남부터 추억을 떠올립니다. 조그마한 저고리를 보며 얼굴에 대고 이렇게 조그마했구나 그런 너를 내가 연모했다"며 어깨를 들썩이고 흐느껴 울었습니다. 의빈을 찾아가 무릎을 베고 누워 악몽을 꾸었던 기억을 했으며, 의빈의 별궁을 찾아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옛 생각에 젖어듭니다.

 

정조의 의빈에 대한 연모와 사랑은 말로 표현치 못할 정도로 깊고 컸습니다. 정조는 5명의 부인중 타의에 의해 간택된 후궁이 아닌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택한 여인이기에 그동안 꾹 참고 있었던 지금은 떠나고 없는 의빈 생각으로 못 견디게 보고 싶어 하며 지난날 꽃구경을 하며 정담을 나누었던 기억에서 헤어 나지 못합니다.

 

이준호와 이세영의 생에 마지막 입맞춤.

 

꽃이 활짝 핀 정원에서 정조와 의빈은 서로 다정하게 껴안고 마지막 입맞춤을 합니다."이것이 과거라 해도 좋다. 꿈이라 해도 좋아 죽음이라 해도 상관없어 오직 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바랄 것이다 이 순간이 변하지 않기를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그리하여 순간은 곧 영원이 되었다. 이렇게 클로징 대사가 끝이 나고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정조의 죽음과 같이 과거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원로배우 이순재님은 정조에게 쉬어가라며 "아직 쉰(50세)이 안됐다지요. 이 늙은이는 아흔(90세)이 다 되어 간다면서 4명의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을 살았는데 지금 같은 태평성세는 처음이고 여러 장애가 있음에도 나라에서 잘 돌봐준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선비 차림의 정조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

 

---

(조선실록에는 의빈 성씨가 정조 즉위 6년 1782년 9월 7일 원자를 낳았습니다. 문효세자가 원자로 책정된 1783년 정 1품 의빈으로 진봉 되었습니다. 1784년 정조 8년에 옹주를 낳아 정조가 기뻐했으나 두 달 만에 경풍으로 요절을 했고, 세자마저 2년 뒤 역병 홍역으로 승하 했습니다.

의빈 성덕임은 문효세자가 죽은 뒤 곧 바로 알 수 없는 중병에 걸렸고, 병이 악화되어 1786년 정조 즉위 10년에 창덕궁 중회당에서 임신 9개월의 복중에 아이를 가진채 사망했습니다. 의빈이 죽은 뒤 정조는 수빈을 맞아 원자와 공주가 태어나고 수빈의 아들이 조선 제27대 왕 순종이 되었습니다. 정조는 향년 47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시절에는 불혹이라는 40세를 넘기기가 무척 어려웠다 합니다. 요즘 같으면 한참일 나이에 명을 달리한 것입니다.)